솔직하게 '기대 이상'이다.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면서 반전에 반전이 속출한다.
누구를 믿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관객도 함께 동참하게 만들지만, 똑똑하게도 관객을 왕따 시키지는 않는다.
시간순삭 스크린과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 오랜만에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 '자백'이다.
추리의 묘와 참신한 반전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스페인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2017)의 안전한 그늘 안에서 무난하게 리메이크된 결과물이다.
개봉 : 2022.10.26.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범죄, 스릴러
국가 : 대한민국
러닝타임 : 105분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장인물
♣ 유민호 역 - 소지섭
D&T시큐리티 대표.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 양신애 역 - 김윤진
유민호의 변호사. 유죄도 무죄로 탈바꿈시키는 승률 100%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집요하게 진실에 파고드는 인물이다.
♣ 김세희 역 - 나나
유민호의 내연녀. 밀실 살인 사건의 피해자이자 그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다.
♣ 한영석 역 - 최광일
정비사. 유민호의 숨은 진실을 파헤치면서 그를 죄어오는 인물이다.
♣ 장태수 역 - 홍서준
D&T시큐리티 변호사. 민호의 변호사.
줄거리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유망한 IT기업의 대표지만 하루아침에 내연녀를 죽인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몰린 한 남자와 그의 무죄를 밝혀야만 하는 승률 100% 변호사,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사건의 조각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결백을 주장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 룸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꿔가며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한다.
모든 증거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민호는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마저 쥐락펴락하며 상황을 주도하려 한다.
유죄도 무죄로 탈바꿈시키는 유능한 변호사 양신애는 유민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그의 심리를 이용하고 허를 찌르면서 그가 꺼내놓지 않는 진실을 끄집어낸다.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전과 숨 막히는 대화의 줄다리기는 영화 <자백>의 결정적 관전 포인트다.
양신애 변호사가 사건을 재구성해 나갈 때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터닝포인트를 던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쌓여가는 대화 속에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이야기와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마주한다.
원작 리메이크
<자백>은 원작의 큰 뼈대를 그대로 수혈하면서 몇 가지 설정을 한국 시장에 맞게 수정했다.
먼저 주인공 남자가 재벌집 사위라는 설정을 더하고, 유부녀로 설정됐던 내연녀는 미혼으로 수정했다.
전자가 민호가 외도 중에도 아내와의 이혼만큼은 어떻게든 피하려 한 욕망을 강화시킨다면, 후자는 인물 수를 줄여 사건을 조금 더 심플하게 가져가려 한 시도로 보인다.
밀실 사건을 재구성하며 의뢰인과 변호사가 두뇌 싸움을 벌이는 장소가 호텔에서 외딴 호숫가 별장으로 바뀐 것도 가산점을 받을 만한 요소다. 을씨년스러운 장소로 무대를 옮기면서 추리극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살아났다.
가장 큰 차이는 결말이다.
반전이 밝혀지는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당기는 대신, 원작에 없던 결말이 추가됐다.
벌을 행한 자를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처단하는 방식인데, 인과응보에 예민한 다분히 한국적인 각색이다.
이로 인해 <자백>은 차가운 느낌으로 끝난 원작과 달리 뜨거운 기운을 관객에게 전하며 막을 내린다.
원작이 지닌 깔끔하고 담백한 결말을 선호했을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
<자백>은 큰 틀에서 덫을 놓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보다 ‘진실’을 두고 벌이는 두뇌 게임이 더 흥미롭게 피어오르는 영화다.
영화가 관객에게 긴장감을 안기는 방법 중 하나는 ‘정보값 차이’다. 가령 영화 속 인물이 모르는 일을 관객만 알게 하는 방법. 이때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며 사건을 있는 그대로 즐기게 된다.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 줄거리
성공한 젊은 기업인인 아드리안의 집에 초대된 백발의 여성, 그는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다.
아드리안은 불륜 상대인 로라와 깊은 산속 위치한 호텔에 방문했다가 로라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썼다.
버지니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상황이다.
목격자가 나왔다며, 법원의 긴급 소환 명령이 떨어지기 전인 3시간 내에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이야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드리안은 버지니아 변호사에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드리안의 회상과 함께 장면도 호텔로 바뀐다.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는 범인이 따로 있었다.
자신은 베일에 싸인 범인에게 협박을 당했고 그에게 속아 호텔로 오게 된 것이라며 로라도 그가 죽인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나는 당신보다 똑똑하다"면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으면 단 하나의 거짓도 빼지 말고 말하라고 압박한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기사 하나. 비에르게에서 청년 한 명이 실종됐다는 내용이다.
아드리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번에는 비에르게 숲길로 장면이 전환된다.
106분 동안 영화는 줄곧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아드리안이 하나씩 풀어놓는 증언에는 늘 반박이 가능한 논리적 허술함이 있었고 버지니아는 이를 아주 예리하게 꼬집는다.
'승률 100%'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순 없다며, 진실을 숨기지 말고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말하라고 몰아세운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진술과 함께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영화 엔딩 직전에 마지막 반전이 드러나는데, 이 지점이 '인비저블 게스트'의 모든 것을 완성하는 최고의 반전 신으로 등극한다.
평가 & 흥행
영화를 다 보았다면 흥분을 가라앉히자. 어차피 당신은 영화를 한 번 더 볼 수밖에 없다.
연출자가 영화 곳곳에 깔아놓은 치밀한 복선과 세심한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버지니아 변호사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이유, 실종된 비에르게 청년과 아드리안-로라 사이에 있었던 일, 내내 냉정하고 침착했던 버지니아가 갑자기 흥분했던 이유.
그 밖에도 배우의 표정과 동선,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전부 복선이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그저 긴박하게 흘러가는 사건이지만 다시 보면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는 치밀한 장치다.
이미 여러 번 리메이크작이 나온 터라, 영화 '자백'은 영리한 방향을 택했다.
'인비저블 게스트'의 마지막 반전을 영화 중반쯤에 공개한 것이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로 궁금증을 더하며 한국만의 '인비저블 게스트'를 완성해 냈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며 호평 속에 흥행을 달렸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140만 명인데 관객수는 73만 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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